애자일을 잘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정재용 | 애자일 코치 | AGIN
| 첫 번째 비밀: 계획하기
애자일은 기존의 방법론과 많은 차이가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개발 방법론에 익숙한 사람들은 애자일에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특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초반에 요구사항이 확정되고 그 확정된 내용을 기준으로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요구사항을 확정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애자일 방법은 당연히 이해가 안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필자는 애자일에 성공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로 ‘계획하기’를 꼽고 싶다. 전통적인 방법에서 요구사항을 확정하는 활동의 주체를 한번 생각해 보자. 고객 담당자와 프로젝트 PM 또는 PL 정도가 참여하여 프로젝트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확정한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은 누가 실행을 하는가에 있다. 요구사항을 구체화하고 구현하는 것은 개발자들이 하게 되는데, 일부 소수 정예요원이 모여서 정한 요구사항이 얼마나 명확하게 개발자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요구사항 정의가 완료되고 분석, 설계를 하는 단계에서도 개발 조직의 스킬 셋이나 역량이 고려되지 않고 분석과 설계가 진행 된다. 적정 수준 이상의 개발팀이 구성된다면 문제가 덜 하겠지만 비용이 민감한 프로젝트의 실정을 고려할 때 현실은 불편함 투성이다. 애자일은 초기에 기존의 요구사항이라 불리는 것을 개발팀과 고객이 한자리에 모여서 분석한다. 고객의 의도가 무엇이며,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를 함께 모여서 분석하는 것이다. 단순히 요건을 분석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어려움이나 문제점들이 논의되고 또는 더 좋은 방안이 제시되기도 하는 것이다.
개발자의 계획 단계 참여는 동기부여를 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기존의 방식에서 개발자들은 대부분 시키는 일을 하고 PM이 전체 일정 및 업무 지시를 해서 작업 일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애자일에서는 PM이 없다. 개발자들이 스스로 일정을 조절하고 작업을 정의한다.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이다. 계획 단계에 참여해서 팀이 해야 할 일과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개발자 모두가 인식하고, 그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동기부여되게 되는 것이다. 개발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더 좋은 방안을 찾고 고민하고 협의하는 과정도 수반되게 된다. 이런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반복되면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에게 애자일 방법에서 개발 요건을 개발자들이 참석해서 정의하는 과정(애자일에서는 백로그 정의라고 한다.)을 초반부터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시간적으로 필요한 인력만 투입해서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분석과 설계를 하는 과정에 비하면 인력 낭비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듯하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효과성 측면에서 본다면 개발자들이 계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것이 득이 될 수도 있다. 개발자들이 정확한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고, 빠르게 피드백하면서 개발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애자일은 품질의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고,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애자일은 짧은 주기로 피드백을 통해 일정한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출처: linkedin.com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막바지에 일정 수준의 품질이 나오지 않고 변덕스러운 고객의 요구에 맞지 않는 시스템 때문에 개발자들은 날밤을 세우며 번아웃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애자일은 프로젝트 막바지에도 일정 수준의 업무 피로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젝트 초반에 개발자들이 참여해서 계획하는 일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개발자의 피로도도 낮출 수 있는 비법이다.
출처: mpug.com
즉, 애자일을 잘하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비밀은 ‘계획하기’인 것이다.
| 두 번째 비밀: 소통하기
애자일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모두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는 현황판 앞에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떠오를 듯하다. 애자일에서는 이것을 데일리 스탠드업 미팅(Daily Stand Up Meeting)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는데, 매일 아침에 모든 팀원이 모여서 3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 물론 요즘은 시대가 변화되어 벽에 포스트잇을 붙이기보다는 Jira 같은 도구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뭐 그렇다 해도 진행 방식에는 변화는 없다. 모든 사람이 어제 한일, 오늘 할 일 그리고 일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를 갖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 별것도 아닌 것 같은 일과가 기적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애자일 코칭을 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다. 어떤 회사에서 애자일을 적용하기 위해 교육 및 컨설팅을 받고 한 팀에 먼저 시험 적용을 하기로 했다. 해당팀의 인원을 모아서 다음 주부터 애자일을 시험 적용하기로 하고, 데일리를 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뭐 분위기는 예상한 데로 밝지는 않았다. 그런데 팀의 막내가 강하게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도 바쁜데 데일리를 하게 되면 매일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가혹하다는 말을 하면서 반대를 한 것이다. 애자일을 적용한다고 말하는 많은 회사들이 데일리를 일일보고처럼 활용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반대는 틀린 이야기도 아닐 것이다. 이전에 애자일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야기한 숙제 검사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장은 애자일의 원칙을 지켜서 적용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팀원을 잘 설득해서 진행하기로 동의를 얻었다.
애자일을 적용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팀의 데일리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팀 막내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보다는 다른 선배들을 도와주는 업무가 주요 업무이다 보니 오너쉽을 갖고 있는 업무가 없어서 스스로 팀 내에 존재감이 떨어져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데일리를 통해 자신이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을 공유하고, 그 일이 지연되면 다른 업무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고 팀원들 모두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 인지하게 된 것이다. 또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데일리를 통해 공유하고 선배 팀원들이 도와주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각자 알아서 일하는 분위기가 협업하는 분위기로 바뀌게 된 것이다. 데일리는 이렇듯이 팀의 일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팀워크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애자일은 혼자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일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게 된다. 누가 잘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이 잘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고, 팀의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는 것이다. 서로 위로하고 도움을 주면서 함께하는 것은 팀원들 모두에게 큰 힘이 되고, 시너지가 나게 되는 것이다.
각 스프린트가 종료되고 회고를 하는 시간도 처음엔 어색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라 서로 눈치만 보게 되지만,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아주 좋은 효과가 날 수 있다. 해당 스프린트 동안에 우리가 잘한 것과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을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서로의 의견을 듣고 공감하고 중요한 의견은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확장하게 되는 과정이 개개인의 의견이 무시받는 것이 아니라 존중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팀으로서 자존감이 높아지게 된다.
두 가지의 간단한 예를 들기는 했지만 애자일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모두의 이야기를 동등한 입장에서 경청해 주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누군가는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항상 먼저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지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훈련도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긍정적이고 상호 존중적인 이러한 소통을 통해 더 좋은 방법이 제시되고,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애자일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가 소통인 것이다.
| 세 번째 비밀: You Go, We Go
아주 오래된 영화이긴 하지만 <분노의 역류>라는 영화가 있다. 화재를 진압하는 긴박한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여기에 나오는 명대사가 “You go, We go”이다. 아주 극한 상황에서 우리는 팀이니까 어디를 가던 팀으로서 함께 하겠다는 의미로 말한 대사인데 영화 내내 이 대사가 머릿속에 맴돌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 같은 개인화 세대에 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이해가 안 되는 일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가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에 누군가 말없이 어깨를 두들겨 주며 응원해 주던 순간이나, 그냥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는데 기운을 얻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순간들 때문에 힘을 얻고 또 일어설 수 있었다. 팀은 우리에게 그런 존재인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함께 달려가는 조직. 빨리 가려면 혼자 가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혼자 일하기보다는 함께 일하면서 위로를 받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100이지만 팀이 이뤄 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100 그 상이 될 것이다. 이게 팀이 갖고 있는 힘이다. 그 힘의 원동력에는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애자일의 기본 정신이 깃들어져 있다. 팀은 하나의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 공동의 목표가 없이 각기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속해 있는 조직은 팀이 아니고 워킹그룹일 뿐이다. 워킹그룹은 각기 다른 목표가 있기에 함께라는 시너지를 절대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그리고 서로 그 안에서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여자 연예인들이 나와서 팀을 나눠서 축구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누가 봐도 처음엔 공을 발로 차는 것인지 굴러 다니는 공을 따라다니는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실력들이 많이 좋아져서 종종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승패가 갈리는 것에는 확연한 구분이 되는 포인트가 있다. 바로 팀워크이다. 승리하는 팀은 대화도 잘 되고 팀워크가 잘 맞는데, 반면 지는 팀의 공통적인 점은 대화도 안되고 패스로 자꾸 실수를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 탓을 하거나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느라 바쁘다. 자신에 갇혀서 옆에 동료를 진심으로 위로하는데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하는 모습은 어떤가 한번 돌아보자. 우리 팀이 잘 안 되고 있는 이유를 내 옆에 동료에서 찾고 있지는 않은지, 대화를 해서 문제를 풀어가기보다는 불만에 가득 차서 회피할 방법을 찾기에 급급하지는 않은지, 그냥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애자일은 개인의 역량보다는 팀의 공동의 책임과 역량을 중시한다. 모든 목표가 팀에게 주어지고 팀이 함께 협업해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의 잘하고 못하는 것을 평가하고 판단하기보다는 팀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팀의 역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즉 팀이 협업이 잘 되고 소통이 잘 되게 되면 그날 승리를 얻어내는 예능 프로그램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팀이 얼마나 팀의 가치를 존중하고 따르게 됨으로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도 애자일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100의 목표를 정하고 100을 달성해야지만 우리는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만일 80만 달성한 것은 실패로 봐야 할까? 20은 부족하지만 우리는 80이라는 결과를 얻었고, 다음에 이 80은 100을 달성하는데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무조건 100이 아니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었던 것이다.
실패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한번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렇듯 애자일은 팀이 함께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팀의 협업을 통해 성공적이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제공되는 것이다.
애자일을 잘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정재용 | 애자일 코치 | AGIN
| 첫 번째 비밀: 계획하기
애자일은 기존의 방법론과 많은 차이가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개발 방법론에 익숙한 사람들은 애자일에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특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초반에 요구사항이 확정되고 그 확정된 내용을 기준으로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요구사항을 확정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애자일 방법은 당연히 이해가 안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필자는 애자일에 성공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로 ‘계획하기’를 꼽고 싶다. 전통적인 방법에서 요구사항을 확정하는 활동의 주체를 한번 생각해 보자. 고객 담당자와 프로젝트 PM 또는 PL 정도가 참여하여 프로젝트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확정한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은 누가 실행을 하는가에 있다. 요구사항을 구체화하고 구현하는 것은 개발자들이 하게 되는데, 일부 소수 정예요원이 모여서 정한 요구사항이 얼마나 명확하게 개발자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요구사항 정의가 완료되고 분석, 설계를 하는 단계에서도 개발 조직의 스킬 셋이나 역량이 고려되지 않고 분석과 설계가 진행 된다. 적정 수준 이상의 개발팀이 구성된다면 문제가 덜 하겠지만 비용이 민감한 프로젝트의 실정을 고려할 때 현실은 불편함 투성이다. 애자일은 초기에 기존의 요구사항이라 불리는 것을 개발팀과 고객이 한자리에 모여서 분석한다. 고객의 의도가 무엇이며,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를 함께 모여서 분석하는 것이다. 단순히 요건을 분석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어려움이나 문제점들이 논의되고 또는 더 좋은 방안이 제시되기도 하는 것이다.
개발자의 계획 단계 참여는 동기부여를 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기존의 방식에서 개발자들은 대부분 시키는 일을 하고 PM이 전체 일정 및 업무 지시를 해서 작업 일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애자일에서는 PM이 없다. 개발자들이 스스로 일정을 조절하고 작업을 정의한다.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이다. 계획 단계에 참여해서 팀이 해야 할 일과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개발자 모두가 인식하고, 그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동기부여되게 되는 것이다. 개발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더 좋은 방안을 찾고 고민하고 협의하는 과정도 수반되게 된다. 이런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반복되면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에게 애자일 방법에서 개발 요건을 개발자들이 참석해서 정의하는 과정(애자일에서는 백로그 정의라고 한다.)을 초반부터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시간적으로 필요한 인력만 투입해서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분석과 설계를 하는 과정에 비하면 인력 낭비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듯하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효과성 측면에서 본다면 개발자들이 계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것이 득이 될 수도 있다. 개발자들이 정확한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고, 빠르게 피드백하면서 개발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애자일은 품질의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고,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애자일은 짧은 주기로 피드백을 통해 일정한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막바지에 일정 수준의 품질이 나오지 않고 변덕스러운 고객의 요구에 맞지 않는 시스템 때문에 개발자들은 날밤을 세우며 번아웃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애자일은 프로젝트 막바지에도 일정 수준의 업무 피로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젝트 초반에 개발자들이 참여해서 계획하는 일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개발자의 피로도도 낮출 수 있는 비법이다.
즉, 애자일을 잘하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비밀은 ‘계획하기’인 것이다.
| 두 번째 비밀: 소통하기
애자일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모두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는 현황판 앞에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떠오를 듯하다. 애자일에서는 이것을 데일리 스탠드업 미팅(Daily Stand Up Meeting)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는데, 매일 아침에 모든 팀원이 모여서 3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 물론 요즘은 시대가 변화되어 벽에 포스트잇을 붙이기보다는 Jira 같은 도구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뭐 그렇다 해도 진행 방식에는 변화는 없다. 모든 사람이 어제 한일, 오늘 할 일 그리고 일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를 갖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 별것도 아닌 것 같은 일과가 기적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애자일 코칭을 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다. 어떤 회사에서 애자일을 적용하기 위해 교육 및 컨설팅을 받고 한 팀에 먼저 시험 적용을 하기로 했다. 해당팀의 인원을 모아서 다음 주부터 애자일을 시험 적용하기로 하고, 데일리를 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뭐 분위기는 예상한 데로 밝지는 않았다. 그런데 팀의 막내가 강하게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도 바쁜데 데일리를 하게 되면 매일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가혹하다는 말을 하면서 반대를 한 것이다. 애자일을 적용한다고 말하는 많은 회사들이 데일리를 일일보고처럼 활용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반대는 틀린 이야기도 아닐 것이다. 이전에 애자일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야기한 숙제 검사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장은 애자일의 원칙을 지켜서 적용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팀원을 잘 설득해서 진행하기로 동의를 얻었다.
애자일을 적용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팀의 데일리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팀 막내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보다는 다른 선배들을 도와주는 업무가 주요 업무이다 보니 오너쉽을 갖고 있는 업무가 없어서 스스로 팀 내에 존재감이 떨어져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데일리를 통해 자신이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을 공유하고, 그 일이 지연되면 다른 업무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고 팀원들 모두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 인지하게 된 것이다. 또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데일리를 통해 공유하고 선배 팀원들이 도와주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각자 알아서 일하는 분위기가 협업하는 분위기로 바뀌게 된 것이다. 데일리는 이렇듯이 팀의 일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팀워크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애자일은 혼자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일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게 된다. 누가 잘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이 잘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고, 팀의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는 것이다. 서로 위로하고 도움을 주면서 함께하는 것은 팀원들 모두에게 큰 힘이 되고, 시너지가 나게 되는 것이다.
각 스프린트가 종료되고 회고를 하는 시간도 처음엔 어색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라 서로 눈치만 보게 되지만,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아주 좋은 효과가 날 수 있다. 해당 스프린트 동안에 우리가 잘한 것과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을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서로의 의견을 듣고 공감하고 중요한 의견은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확장하게 되는 과정이 개개인의 의견이 무시받는 것이 아니라 존중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팀으로서 자존감이 높아지게 된다.
두 가지의 간단한 예를 들기는 했지만 애자일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모두의 이야기를 동등한 입장에서 경청해 주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누군가는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항상 먼저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지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훈련도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긍정적이고 상호 존중적인 이러한 소통을 통해 더 좋은 방법이 제시되고,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애자일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가 소통인 것이다.
| 세 번째 비밀: You Go, We Go
아주 오래된 영화이긴 하지만 <분노의 역류>라는 영화가 있다. 화재를 진압하는 긴박한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여기에 나오는 명대사가 “You go, We go”이다. 아주 극한 상황에서 우리는 팀이니까 어디를 가던 팀으로서 함께 하겠다는 의미로 말한 대사인데 영화 내내 이 대사가 머릿속에 맴돌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 같은 개인화 세대에 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이해가 안 되는 일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가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에 누군가 말없이 어깨를 두들겨 주며 응원해 주던 순간이나, 그냥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는데 기운을 얻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순간들 때문에 힘을 얻고 또 일어설 수 있었다. 팀은 우리에게 그런 존재인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함께 달려가는 조직. 빨리 가려면 혼자 가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혼자 일하기보다는 함께 일하면서 위로를 받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100이지만 팀이 이뤄 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100 그 상이 될 것이다. 이게 팀이 갖고 있는 힘이다. 그 힘의 원동력에는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애자일의 기본 정신이 깃들어져 있다. 팀은 하나의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 공동의 목표가 없이 각기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속해 있는 조직은 팀이 아니고 워킹그룹일 뿐이다. 워킹그룹은 각기 다른 목표가 있기에 함께라는 시너지를 절대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그리고 서로 그 안에서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여자 연예인들이 나와서 팀을 나눠서 축구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누가 봐도 처음엔 공을 발로 차는 것인지 굴러 다니는 공을 따라다니는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실력들이 많이 좋아져서 종종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승패가 갈리는 것에는 확연한 구분이 되는 포인트가 있다. 바로 팀워크이다. 승리하는 팀은 대화도 잘 되고 팀워크가 잘 맞는데, 반면 지는 팀의 공통적인 점은 대화도 안되고 패스로 자꾸 실수를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 탓을 하거나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느라 바쁘다. 자신에 갇혀서 옆에 동료를 진심으로 위로하는데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하는 모습은 어떤가 한번 돌아보자. 우리 팀이 잘 안 되고 있는 이유를 내 옆에 동료에서 찾고 있지는 않은지, 대화를 해서 문제를 풀어가기보다는 불만에 가득 차서 회피할 방법을 찾기에 급급하지는 않은지, 그냥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애자일은 개인의 역량보다는 팀의 공동의 책임과 역량을 중시한다. 모든 목표가 팀에게 주어지고 팀이 함께 협업해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의 잘하고 못하는 것을 평가하고 판단하기보다는 팀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팀의 역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즉 팀이 협업이 잘 되고 소통이 잘 되게 되면 그날 승리를 얻어내는 예능 프로그램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팀이 얼마나 팀의 가치를 존중하고 따르게 됨으로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도 애자일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100의 목표를 정하고 100을 달성해야지만 우리는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만일 80만 달성한 것은 실패로 봐야 할까? 20은 부족하지만 우리는 80이라는 결과를 얻었고, 다음에 이 80은 100을 달성하는데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무조건 100이 아니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었던 것이다.
실패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한번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렇듯 애자일은 팀이 함께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팀의 협업을 통해 성공적이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제공되는 것이다.